2012/05/23

Comment 오픈


우연히 블로그 셋팅을 들어갔는데, 예상외로 트래픽이 좀 있는거 같아서 답글을 열었습니다.
구글 검색도 일부러 disable시켜놨는데.. 어찌어찌해서 찾아오는 분들이 조금 계신 듯.

스투핏한 코멘트는 사양할게요... 세상엔 저보다도 훨씬 똑똑하고 잘난 분들도 많은 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하고 못난 분들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듯 합니다. 특히 인터넷에선...

앞으로는 이 블로그를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으로 가정하고 좀더 refine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글들은 고치면 날짜도 바뀌고 딱히 고치기도 귀찮고... 그냥 어느 멍청한놈 일기장을 길에서 주웠다고 생각하고 넘어가 주시길.



오늘도 세계 증시는 떡락을 계속중이군요.

전 현금 100%이면서도 사실은 조금 거북합니다.

지지난주 월요일(5/7) 유럽의 개막장 상황에 대한 요약글을, 그리고 지난주 월요일(5/14)에는 "역사상 저점 종목 속출"이라는 뉴스에 계속 bearish한 글들을 올리며 폭락을 예상했는데, 사실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습니다.

지지난 주말(5/12~13)에 S&P 차트 분석을 해본 결과, 지난주 쯤에 한번은 반등을 줄 확률이 높다고 결론을 짓고, 지난달부터 꾸준히 들고오던 6월 250, 240풋들을 월,화에 걸쳐 본전 근처에서 팔아버렸습니다.

그리고 콜을 샀습니다(...)

2~3일 사이에 팔아벌인 풋은 8배가 됐고 콜은 반토막이 됐네요;;

손절하고 다시 중립(100%현금)상태로 돌아가서 상황을 관망 중입니다.



지지난주나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4월의 하락 추세는 훼이크고 주가는 다시 반등(그리스 사태 무사 해결 전망), 6월 총선 구제금융 신청 유로존 잔존으로 그리스 사태 일단락,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서 더욱 빠르게 상승하다가 올 3분기 중~후반쯤에 스페인 위기가 불거지면서 한두달간 2100~2200 근처에서 횡보하다가 폭락, 미국의 이란 침공, 유가급등 등으로 가는 시나리오를 예상했었습니다.

미국도 선거가 있는 해이니 망하게 두진 않겠고, 여름까지는 QE3떡밥으로 끌고 가다가 가을쯤에 뭐 하나 터뜨려 줄 거라고 생각했죠. 근데 다시 보니 지난 08년에는 선거해였는데 하락장이었네요...

어제는 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3.5%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는 뉴스가 떴습니다. (http://economy.donga.com/total/3/01/20120522/46435401/1)

노무라는 2.7%를 예상. 유로존 악화시 2%까지도(하반기 1.1%) 가능하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리스 사태가 악화되면 한은이 지준률 인하를 단행할 수도 있다고 보고있네요. 망해가는 나라 일본의 회사답게 대단히 비관적인 전망이긴 한데요, 일리는 있는거 같습니다. 최근 실물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물가상승률이 살짝 더뎌지긴 했죠.



이미 이러한 암울한 픽쳐가 드러난 이상, 주가가 다시금 전 고점인 2000대를 상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보기드문 rounded top이긴 하지만(William O'Neal의 책에서나 봤지 실제로 보는건 처음입니다) 분명 top입니다.

오히려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할 때인데... 코스피 주봉 차트를 보면 금주를 제외한 지난 4주간 거래량이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금주도 3/5가 지났지만 거래량은 지난주의 절반 정도입니다.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추세가 약화되고 있다는 얘기고, 곧 상당한 기술적 반등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에라도 다시 풋에 들어가고 인버스에 몰빵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죠.

만일 금주나 다음주 내로 단기적인 기술적 반등이 있을 경우, 엘리엇 파동이론에 의하면 하락추세의 시점을 어디로 보느냐에 따라서 1885~1950까지 반등할 수 있습니다.

뭐, 요즘처럼 유럽발 뉴스에 주가가 발작을 하는 상황에서는 별 의미없는 예측입니다.

주 후반(내일 모래)에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거래량 터지면서 폭락할지도 모르죠. 가능성은 낮지만.



아무튼 이미 풋버스는 떠나버렸으니 현금으로 있는게 속편한 구간입니다.

당분간 변동성 높은 장세가 지속될 거 같군요.



2012/05/16

확실한 건 없다.


"현대중공업, 현재 35만원대면 무조건 사야한다"
http://bulburger.tistory.com/329


"지난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대충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은 26조 정도이다.
단순히 저평가 가치로만 판단 하는 PER를 봤을 때 2011년 예상 순이익이 4조 정도 나오고 있어 PER가 7도 안 나오고 있다.
제대로 된 평가만 받는 다면 현대중공업은 최소 60만원 까지는 가야 한다.
어쨌든 지금 사두면 확실한 건 반 년 안에 50% 이상은 먹을 수 있을 거다."



위 글이 올라온 것은 지난 2011년 8월 14일, 약 9개월 전이다.
8월 12일의 종가는 35만 500원.
"확실한건 반년 안에 50% 이상은 먹을 수 있을거다"랬는데...
반년 하고도 한 분기가 더 지났다. 결과는?

한마디로 처참하다.

35만원에서 50%이상을 먹을려면 수익만 17만 5천원 이상, 주가는 52만 5천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
오늘(2012년 5월 16일)의 종가는 25만 1천원이다.
당시 "35만원대면 무조건 사야한다"는 대담한 주장이 있은 뒤, 주가는 하락을 계속해서 235,500원까지 하락했고,
12년 초에 두달간 반등추세를 타서 346,500까지 찍었으나, 그 이후로 계속 하락추세다.



뭐가 잘못된걸까?

우선은 대전제인 예상 순이익이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2011년의 순이익은 2조 7434억원으로, 위 글의 예상치(4조)를 31.4% 하회했다.
분기별로 보면 더욱 심각하다.
2011년 1~4분기가 각각 14,188, 7,875, 5,626, -254억원으로, 하락 추세가 두드러진다.

애초에 1, 2분기 실적이 나온 지난 8월에 예상순이익을 4조로 잡았다는 자체가 에러다.
상반 두 분기에 1.4조, 0.8조 이익을 냈으니 하반기에는 1.8조의 이익을 내야 했었다.
이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주식시장의 급락을 감안해도 대단히 긍정적인(희망적인) 전망이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PER이라는 숫자는 정말 쓰잘데기 없는 숫자다.

35만원에서 9개월동안 28.2% 하락한 25만 1천원에서도,
그만큼 어닝이 하락해버렸기 때문에 PER은 여전히 7.45배다.
지금이 저평가된 상태인지는 신만이 안다.

오늘의 교훈: 확실한 건 없다. PER은 무시하시라.


2012/05/14

코스피 싸다…PER 역사적 저점 종목 속출?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51430731&sid=010201&nid=001&ltype=1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조정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보다 낮아졌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증시가 과도한 저평가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증권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이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에 도달했거나 근접한 종목이 속출하고 있어 업황 등을 고려해 저점 매수에 나서볼 만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



초보 주식"투자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어설픈 fundamental analysis다.

이 중에서도 특히 PER은 가장 널리 알려진 가장 쉬운 컨셉임과 동시에 가장 쓸모가 없는 숫자이기도 하다.

위 "기사"에 의하면 코스피는 PER 기준으로 볼 때 작년 9월보다 싸졌다고 한다. 작년 9월은 8월달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한주만에 2100대에서 1700대까지 폭락한 뒤 1700~1900 사이를 미친듯이 오가며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보이던 때다. 증시가 그때보다 지금이 더 싸다고? 과연 그럴까?...



PER(Price-to-Earnings Ratio)는 글자 그대로 주가 수익 비율이다. 한주당 주가가 1만원인 기업이 주당 1000원의 수익을 냈다면 그 주식의 PER은 10이다. 일반적으로 PER이 낮으면 주식이 저평가, 높으면 고평가 되어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수익은 분기별로 발표되지만, 주가는 매일 움직인다. 정의상(by definition) lagging indicator(후행지표)인 것이다.

또한 PER의 E는 분모다. 주가가 10% 내리면 PER도 10% 내리지만, 수익이 10% 내리면 PER은 11% 올라간다. 작은 차이지만 숫자가 커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익이 20% 줄어들면 PER은 25%가 올라가고, 수익이 절반으로 줄면 PER은 두배가 된다. PER이 9.8이었던게 8.8이 됐다고 저평가되었다고 말하기는 솔직히 좀 그렇다. 8.8에서 주가가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수익이 10%만 줄어도 PER은 9.77이 되고, 20%가 줄면 11이 될 것이다. 그때가면 주식이 고평가되었으니 팔아야된다고 말해야 될까?

마진이 10%인 회사가 (비용이 똑같다고 가정했을 때) 수익이 20% 줄려면 매출이 2%만 줄면 된다. 한국 기업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 제조업의 특징은 마진이 적고 고정비가 높다(인건비, 공장 설비 등). 그러므로 PER만으로 한국 증시의 벨류에이션을 거론하는 것은 전혀 말이 안된다.



작년 9월과 비교해 PER이 낮아진 것은, 그 동안에 기업들의 수익은 소폭 상승했지만 주가는 제자리 걸음(정확히는 올라갔다가 내려옴)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왜 제자리걸음을 했을까?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아마도 앞으로 수익이 하락할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2005년 이후 최저 PER 종목들" 부분도 좀 석연치않다. 2005년에는 지금처럼 유로존의 재정부채 위기가 대두되지도 않았고, 중국은 10%가 넘는 성장을 하던 중이었고, 미국도 03~07년에 이르는 안정적인 강세장의 한 가운데에 있던 시절이었다. 05년에는 세계 경제상황이 이처럼 좋았으니 "PER이 낮으면 저평가.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세계 경제가 골로 가기 5분 전인 상황이다. 모든 상황증거가 최악이라 앞으로 좀 더 렐리를 지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역발상은 가능하겠지만, 저점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향후 최소 2~3년간의 경기침체는 명약관화다.




2012/05/09

바둑이에 점령당한 지식KIN


요즘 가끔씩 들어가서 간단한 질문들을 대답하는 지식즐.

결과적으로 뇌입어를 도와주는 일이 되지만, 하아... 정말 상상할 수 없을정도로 멍청한 질문들이 종종 올라온다. 넷맹 구제사업 정도?... 나도 여러번 도움 받았으니까 되돌려주자는 사회공헌활동의 일환.

...이라기 보다는, 위키피디아나 엔하위키에서 더 이상 에디팅할 글들이 없다.

위 캡쳐는 5월 9일 6시 30분경, 바둑이 알바들에게 관광당한 지식즐의 모습.

레알, 먹고 살기 힘들다.



2012/05/07

개미는 기관을 이길 수 없다?


"개미(개인 투자자)는 기관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북미에서 주식매매를 배우기 시작한 본인으로서는 개인/외인/기관 거래주체의 거래량을 발표하는 한국 시장의 시스템이 처음에는 매우 낮설고 신기했으나, 수 년이 지난 지금 저 말에 대한 답변을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을거 같다.

"그래봤자 기관도 시장을 못 이긴다"

개미가 기관/외인을 못 이긴다는 건 흔히들 하는 말이지만, 생각해보면 대다수의 일반 투자자들과는 별 관계 없는 얘기다. 기관/외인을 상대로 이기고 지고를 따지는 것은 그야말로 하드코어 개미, 전업투자자, one man army들에게나 해당될 말이다. 만기일 직전의 선옵 베팅을 두고 지수를 흔들 수 있는 외인 자본이 이리로 갈지 저리로 갈지를 쫒고 쫒기는 두뇌게임... 자본의 규모가 개미와는 비교가 안되는 기관/외인들은 시장을 비록 미약하게나마 원하는 방향으로 일시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없는 개미는 그들이 어디로 판을 움직일지를 추측하고 추측해서 배팅할 뿐이다. 하우스가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는 도박...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멍청하다.

기관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게임이 또 있다. 바로 급등주/테마주, 또는 시쳇말로 "코스닥 X잡주". 주가 조작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정보력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기관들은 판을 깔아놓고, 탄을 장전하고, 개미들을 산 체로 잡아먹기 위해 유혹한다. 렌덤한 뉴스 하나 터지면 상한가, 하한가 가는 이런 잡주들은 작은 자금을 굴리는 꾼들의 놀이터이자 개미들의 무덤이다.

이러한 투기성 선옵거래, 코스닥 개잡주에 투자해서 번 돈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벌어도 번게 아니다. 확률이 압도적으로 불리하고, 판의 반대편에 있는 상대가 언제든지 원하는데로 룰을 바꿀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내 수중에 있지만 내 돈이 아닌 것이다. 한두번의 운좋은 승리는 점점 더 큰 베팅을 가져오고, 한 순간에 한방에 훅간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개미는 죽었다 깨어나도 기관을 이길 수 없다. 한번 뼈아픈 경험을 한 개미는 다시는 이런 사기게임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이를 갈면서 판을 떠나지만, 자신만은 시장을 이길 수 있는 미래의 워렌 버핏이라고 자만하는 초짜 개미들은 매년 수없이 태어난다.

하지만 다른 판에서 싸우면 어떨까?

기관이나 외인들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없는 거래소 대형주들 말이다.
대형주들로 판을 바꾸면 이번에는 기관/외인들도 개미들에게는 없는 약점들이 생긴다.

첫째, 이들은 투자 규모가 크다.
투자 규모는 장점도 될 수 있지만 너무 커지면 동시에 큰 약점이 된다. 자신들이 사기 시작하면 가격이 오르고, 팔기 시작하면 떨어지기 때문에, 섵불리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다. 개미는 상황이 안좋으면 재빨리 전액 현금화 시켜서 튈 수 있지만, 기관은 시장이 급격하게 하락하면 손을 쓸 세도 없이 하락의 타격을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둘째, 이들이 뭘 사고, 뭘 파는지를 누구나 알고 있다.
"거래소/코스닥 기관/외인 매수/매도 종목 상위 X개"하는 식의 자료는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이는 포커로 치면 패를 반쯤 열어놓고 치는 것과 같다. 개미가 기관 만큼만 하려면 그들의 매매를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 하지만 기관/외인도 시장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하자. 어떠한 상황에서도 시장을 이길 수 있는 기관이 있다면, 일개 개인조차도 돈을 이빠이 끌어다가 지수를 공매도하고, 같은 액수를 기관에 맞긴다면 무위험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말도 안돼는 이야기다.

별 상관없는 어느 나라의 정치 이야기


지난 총선 유세가 한창이었던 때 아래의 글을 썼었는데, 마땅한 결말을 찾지 못해서 draft로 쳐박아두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나 보다. 4.11총선은 예상을 뒤엎고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FTA도 날치기 한 것들이... 좀 믿기지는 않지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서울에서 야당이 선전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균형이 중요하다.

------------------------------------------------------------------------------

출근길에 한명숙씨의 라디오 연설을 들었는데, 역시 이 사람도 별볼일 없는 정치인일 뿐이구나, 민주통합당도 별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민 여러분 지난 4년간 얼마나 힘드셨냐", "얼마나 고통스러우셨냐", "심판할 때이다" 등등, 온통 서민드립에 현 정권에 대한 불평불만에 묻어가려는 선동적 발언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을 심판하고 나면 그때는 어떻게 할건데?

부정을 심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MB가 OO로 바뀔 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명박 정권을 공격하는데 가장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이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인데, 솔직히 이건 좀 아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MB탓인가? 아니면 유럽 위기가 MB탓인가? 욕은 신나게 하면서도 참 대단한 인물로 쳐주는거 아닌가. 대기업 몰아주기를 해서 그나마 이정도인거지, 안 그랬다면 더 힘들어졌으면 힘들어졌지 나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심판받아야 할" 만한 잘못은 1.사대강, 2.본인/친인척/측근 비리, 3.편파적 인사 정도이다. (FTA도 있지만 이건 한나라당 의원들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간 얼마나 고통스러우셨냐"고 운을 띄우는 것은 결국 이들이 보기에도 유권자들의 관심은 자기 먹고사는 문제 정도밖에 안된다는 얘기 아닌가?

단언컨데 통합 야당의 대표가 생각하는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 한, "살기 좋은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얼마나 고통스러우셨냐"는 말의 이면에는 "내가 정권을 잡으면 안 고통스러워질거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그러한 암묵적인 주장을 뒷받힘할 만한 그 어떠한 근거도, 계획도 언급이 없다. 무조건 지금 하고있는 놈이 잘못한거고, 그놈만 때려잡으면 태평성대가 올 것처럼 말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맨날 그렇다. 바꾸젠다. 세상을 바꾸젠다. 왜? 어떻게?

세상은 딱히 큰 문제가 없는 이상 그대로 두는게 상책이다. 입시 제도가 수시로 바뀌면서 학생/학부모들이 혼란과 불편을 겪지 않았던가? 게임의 룰이 매달, 매주 바뀌면 시즌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 세상은 바꾸면 바꿀수록 혼란만 늘어나고 기회주의자들이 활개친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 바꿔야 하지만, 그 범위를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부분만 바꿔서 혼란과 기회주의적 행위들을 방지해야 한다.

유럽 붕괴


유로존의 붕괴는 여러면에서 매우 흥미롭다.

우선은 배우가 여럿이다.

유로라는 단일통화를 사용하지만, 각 국가의 체질은 천차 만별이다.
독일처럼 탄탄한 경제를 가진 국가도 있는 반면, 스페인이나 그리스처럼 막장 국가도 껴있다.

이런 다양한 국가들을 단일통화로 묶어놓고 달러나 엔으로 환전할려고 하니 환율도 난리를 친다. 독일 제조업 지수 호조에 강세였다가, 이탈리아 실업률에 약세였다가 하는 식이다. 똑같은 유로화로 발행되는 국채도 물론 각 국가별로 리스크와 리턴이 제각각이다.

어찌됐건 PIIGS(Portugal, Ireland, Italy, Greece, Spain)국가는 모두 곧 디폴트할 운명.

지금까지의 상황을 간략하게 recap해본다.



첫타자는 아일랜드.

종합주가지수가 07년 5월 10000포인트의 고점에서 09년 3월의 2000포인트(1/5)까지 일직선 하락한다. 원인은 부동산 버블에 의한 은행들의 채무부담. Anglo Irish Bank가 도화선이 됐다.
치솟는 실업률, 뱅크런, 정부의 bailout등을 겪었는데 07년 4.7%이던 실업률은 여전히 14%가 넘는다.

규모가 PIIGS국가들 중에 가장 작다. 이놈을 빼고 PIGS라고 하는 경우가 더 많은듯?

아이슬랜드 같은 경우 주식시장이 통째로 날아갔다.
07년 9000포인트의 고점에서 08년 초에는 5000까지 떨어졌고, 금융위기 직전 4000에 있다가 그 해를 500 아래에서 마감, 결국에는 시장 전체가 상폐된다...



두번째는 얼마전에 멸망한 그리스.

말이 선택적 디폴트지... 그리스 국채에 투자한 사람들은 75%의 손해를 입었다.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달린 재정적자 감축은 현 21.9%의 실업률(30세 이하 청년실업률 48.1%) 하에서는 달성하기 불가능할 것..

08년에 5000포인트 위아래로 놀던 아테네 종합주가지수는 09년 3월 1500에서 바닥을 찍고 그해 10월 2900까지 반등하는 듯 했으나, 그 이후로 처참한 하락을 계속해서 어제 종가는 고점대비 1/10 수준인 698포인트;; 3~4년새에 종합주가지수가 1/10토막! (게다가 아일랜드처럼 몇십개짜리 동네 시장도 아니다. 300개가 넘는 회사가 상장되어 있다) 코스피가 2000에서 280 된거랑 같은 수준의 하락이다.



그리고 다음 타자는 스페인,

25%의 실업률(청년실업률 50%)을 자랑하는 캐막장국가.

네명중 한명은 백수라는 말이다... 상상하기 힘들다.

근데 말도 안되지만 한국과 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다.(한국GDP $1.554T, 스페인 $1.413T) 젊은 놈들 두명중 한명이 손가락 빨고있는 주제에 세계 13위의 경제를 가지고 있다.

사이즈가 그리스의 다섯배 가량이기 때문에 이놈이 무너지면 좀 위험하다.

근데 무너질거다.

언제 무너질지가 문제지. 벌써 2분기 연속 경제가 수축하면서 공식적으로 경기후퇴(recession)에 진입했다. Bond yield도 계속 6% 언저리에서 놀고있다. 통상 6%가 넘어가면 지속이 불가능해서 구제금융이 필요하고, 7%가 넘어가면 사실상 디폴트 상태로 본다.

스페인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를 GDP대비 5.3%로 낮추겠다는 살인적인 감축안을 실행중이다. 원래는 8.5%였으니까 무려 3.2%나 낮춰야 한다. 정부가 다이어트를 하면 돈잔치를 할 때랑 정 반대의 상황이 발생한다. 경기는 위축되고, 실업률은 하늘로 치솟는다. GDP가 작아지니까 GDP대비 재정적자도 커지고, 때문에 더더욱 감축해야 한다. 악순환이다.



포르투갈은 그리스보다도 작은 넘이니 일단 무시하고..
...라기보단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다-_-;
본격적인 위기는 2010년 초쯤 시작된 듯.

참고로 PIIGS의 규모는 인구로 볼 때 이탈리아가 6천만으로 가장 크고, 스페인이 4천6백만 정도. 그리스와 포르투칼은 각각 천만명 정도 된다. 아일랜드는 450만명.



이탈리아는 좀 크다. GDP 1.846T$니까 한국(12), 멕시코(11)보다도 큰 세계 10위다.

이쪽도 상태 메롱하기는 마찬가지다.

종합주가지수는 13918인데, 이는 '09년 3월 금융위기시절 최저점인 13500 언저리다.
한국으로 치면 코스피 지수 900포인트 정도...?

작년 11월, 12월에는 국채 금리가 디폴트 수준인 7%를 마구 넘나들며 사경을 해멨다.

LTRO 덕분에 지금은 5.5% 정도로 다소 안정된 상태. 지난 수개월간 실업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0~11년 내내 8%이던 것이 근래들어 10%를 넘기려 하고 있다.



이 LTRO(Long-Term Refinancing Operation)도 좀 웃긴게, 미국의 QE랑은 전개되는 양상이 영 딴판이다.

유럽중앙은행이 돈을 풀었다. 1조 유로($1.35T)라는, 실로 어마어마한 돈이다.
대략 1552조원. 한국의 한 해 국내총생산의 7~80% 정도라면 감이 좀 올려나...

아무튼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런 엄청난 양의 돈을 새로 찍어서 각 국의 은행들에게 빌려주었다. PIIGS 국채 사라고. 동네 곳곳에 불이 났으니까 불 좀 끄라고 양동이에 물을 담아서 준 건데... 문제는 그 $1.35T의 LTRO중 $1T가 ECB에 파킹되어 있다.


...읭? 뭔가 이상하다.


ECB에서는 1%에 빌릴 수 있다. 10년물 PIIGS 국채는 5~7%를 준다. 그렇다면 ECB에서 받은 LTRO로 돼지국채를 사면 4~6%의 확정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1/1.35=74%)의 자금이 ECB에 머무르고 있다. ECB는 예금된 돈에 0.25%의 이자를 준다. -0.75%의 확정손해가 발생한다.

.즉 이렇게 된거다.

이 유럽의 은행들이, 직접 말은 안하지만 어찌됐든, 향후 10년 안에 PIIGS가 모두 멸망할 가능성이 99%라고 보고있는 거다. 디폴트하면 그리스때 그랬던 것 처럼 원금의 1/4밖에 못 건진다. 개발살 나는거다. 차라리 -0.75% 확정손해 먹으면서 기다리다가, 개박살 나고 나면 그때가서 헐값에 이것저것 사들이는 것이 낫다.

상황이 이지경인데도 시장은 고요하다. 폭풍 전의 고요인가?

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에도 서브프라임의 근본적인 문젯점과 앞으로 닥칠 위기를 논하는 목소리들은 수없이 많았다. 다만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은 사람들은 위기가 눈앞에서 펼쳐지기 전 까지는 이를 몰랐을 뿐이다.




조만간 스페인, 이탈리아가 디폴트 하면 다음과 같은 사태가 예상된다.

주식시장 폭락: 스페인, 이탈리아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나 금융기관들은 빵꾸난 금액을 메꾸기 위해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급히 회수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알고 있는 다른 투자자들도 주식을 팔아치울게 뻔하다. 다우 5000, 또는 그에 준하는 전 세계적 폭락이 예상된다.

글로벌 공황: 유럽은 미국에 이어 글로벌 "소비"를 담당하는 주축인데, 이 소비자들이 거지가 되면서 글로벌 공황, 장기불황 상태가 향후 수년~10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붕괴: 저질국가들은 퇴출 압력을 받을 것이며, 독일같은 우량국(?)또한 유로존을 탈출하고픈 욕구를 심각하게 느낄 것이다. 유로가 없어지거나, 유로를 사용하는 국가의 숫자가 크게 줄거나, 마지막으로 가능성은 낮지만 유로화를 그대로 유지하되, 각국의 재정에 간섭할 수 있는 초국가적 기관이 등장하여 '유럽 연방 합중국' 같은 새로운 형태의 통일국가가 등장할 수도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막장 돼지국가들이 유로존에서 퇴출당해서 국제투기자본에 왕창 털리고, 자력으로 복구하는 것이다.

전쟁?: 일이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 오직 전쟁만이 죽은 경기를 되살릴 수 있다. 이란, 북한 등이 주 후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