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6

2012.3.15TH 고점징후


삼성전자의 주가가 파죽지세로 올라 125만원, 시총은 184조원이다. 한국 시총의 10수퍼센트에서 노는 이 공룡은 연초부터 연일 신고가를 돌파하며 지수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바다 건너편 미국에서는 AAPL의 주가가 불을 뿜으며 폭등해 600달러 선에 성큼 다가섰다. 연초 11년 하반기 반년간 돌파 못하던 420 근처의 고점을 돌파하고, 신천지 같았던 500을 돌파한지 딱 한달만의 일이다. 시총은 $555 billion, 1130원/달러 기준 627조원.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market cap이며 나스닥 전체($4.4trillion)의 약 13%를 차지한다.



지난주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했고, 다우는 13000, 애플이 포함되어있는 나스닥은 3000을 넘어섰다(애플의 공이 크다). 한국 시장도 수요일 갭상승해서 3번 실패끝에 네번째의 2050선 돌파를 시도중이다.

결론과는 반대지만 어쨌든 일반적인 상식적인 이야기부터 하고 넘어가자. 시장의 주도주들이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며 날아가는 것은 일반적으로 대단히 긍정적인 bullish한 시그널로 본다.

지난주, 지지난주만 해도 550에서 고점을 만드는 것 같아보였던 애플 주식을 이번주에 560, 580불 주면서 사는 사람이 있다면(많다면), 그것은 그 사람들이 그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고 믿는다는 얘기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올라가는 주식을 short할 바보는 없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보유자들은 "어디까지 올라가나 보자"는 느긋한 마음이지 이걸 궂이 팔려는 생각은 안한다. 살려는 사람은 있는데 팔려는 사람은 없다. 결과는 폭등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애플 등 몇개 주식으로 돈이 쏠리는 현상은 시장 전체로 봤을 때 그다지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 그만큼 살만한 주식이 없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 이런 말이 있다. "태풍이 오면 돼지도 난다." 진정한 bull market에서는 시장으로 유입되는 엄청난 자금 때문에 실적도 경쟁력도 없고 전망도 없는 "개잡주"들도 주가가 뛴다. 그렇게 유동성이 밀물처럼 쏟아들어오다가 상승 사이클의 중-후반에 이르면 자금의 유입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돼고 시장참여자들은 점점 소규모의 "잘 나가는" 회사들에 집중하게 된다. 회사의 실적이나 전망같은 면에 더 집중하게 되고, 옥석가리기를 하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눈 가리고 찍어도 오르는 대세상승의 초-중반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평균적으로 볼 때 거의 동등하다고 가정한다면, 이러한 "옥석가리기"식 선택과 집중은 결과적으로 일부 주도주들의 폭등을 일으킨다. 문제는 이러한 쏠림은 필연적으로 해당 주도주들에 거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애플같은 거대한 회사의 주가가 1년만에 두배 가까히 올랐는데, 그 중 80%의 상승분은 지난 3개월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실적이 받춰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만큼의 상승(+앞으로 추가상승분)을 거품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지금은 장기 고점을 짧게는 수주, 길게는 수개월 앞둔 대세 상승의 끝물일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애플의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의 경기침체는 이미 수면위로 떠오른 문제이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유럽의 문제는 잠시 덮어둔 것일 뿐 전혀 해결되지 않았으며 PIIGS국들은 모두 향후 2~3년안에 부도를 맞을 것이다. 세계 각국의 주가지수가 오르면서 주가와 체감경기의 괴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실물경제와 금융경제의 괴리, 거품이 만들어지는 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