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4

코스피 싸다…PER 역사적 저점 종목 속출?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51430731&sid=010201&nid=001&ltype=1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조정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보다 낮아졌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증시가 과도한 저평가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증권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이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에 도달했거나 근접한 종목이 속출하고 있어 업황 등을 고려해 저점 매수에 나서볼 만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



초보 주식"투자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어설픈 fundamental analysis다.

이 중에서도 특히 PER은 가장 널리 알려진 가장 쉬운 컨셉임과 동시에 가장 쓸모가 없는 숫자이기도 하다.

위 "기사"에 의하면 코스피는 PER 기준으로 볼 때 작년 9월보다 싸졌다고 한다. 작년 9월은 8월달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한주만에 2100대에서 1700대까지 폭락한 뒤 1700~1900 사이를 미친듯이 오가며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보이던 때다. 증시가 그때보다 지금이 더 싸다고? 과연 그럴까?...



PER(Price-to-Earnings Ratio)는 글자 그대로 주가 수익 비율이다. 한주당 주가가 1만원인 기업이 주당 1000원의 수익을 냈다면 그 주식의 PER은 10이다. 일반적으로 PER이 낮으면 주식이 저평가, 높으면 고평가 되어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수익은 분기별로 발표되지만, 주가는 매일 움직인다. 정의상(by definition) lagging indicator(후행지표)인 것이다.

또한 PER의 E는 분모다. 주가가 10% 내리면 PER도 10% 내리지만, 수익이 10% 내리면 PER은 11% 올라간다. 작은 차이지만 숫자가 커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익이 20% 줄어들면 PER은 25%가 올라가고, 수익이 절반으로 줄면 PER은 두배가 된다. PER이 9.8이었던게 8.8이 됐다고 저평가되었다고 말하기는 솔직히 좀 그렇다. 8.8에서 주가가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수익이 10%만 줄어도 PER은 9.77이 되고, 20%가 줄면 11이 될 것이다. 그때가면 주식이 고평가되었으니 팔아야된다고 말해야 될까?

마진이 10%인 회사가 (비용이 똑같다고 가정했을 때) 수익이 20% 줄려면 매출이 2%만 줄면 된다. 한국 기업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 제조업의 특징은 마진이 적고 고정비가 높다(인건비, 공장 설비 등). 그러므로 PER만으로 한국 증시의 벨류에이션을 거론하는 것은 전혀 말이 안된다.



작년 9월과 비교해 PER이 낮아진 것은, 그 동안에 기업들의 수익은 소폭 상승했지만 주가는 제자리 걸음(정확히는 올라갔다가 내려옴)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왜 제자리걸음을 했을까?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아마도 앞으로 수익이 하락할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2005년 이후 최저 PER 종목들" 부분도 좀 석연치않다. 2005년에는 지금처럼 유로존의 재정부채 위기가 대두되지도 않았고, 중국은 10%가 넘는 성장을 하던 중이었고, 미국도 03~07년에 이르는 안정적인 강세장의 한 가운데에 있던 시절이었다. 05년에는 세계 경제상황이 이처럼 좋았으니 "PER이 낮으면 저평가.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세계 경제가 골로 가기 5분 전인 상황이다. 모든 상황증거가 최악이라 앞으로 좀 더 렐리를 지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역발상은 가능하겠지만, 저점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향후 최소 2~3년간의 경기침체는 명약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