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7
유럽 붕괴
유로존의 붕괴는 여러면에서 매우 흥미롭다.
우선은 배우가 여럿이다.
유로라는 단일통화를 사용하지만, 각 국가의 체질은 천차 만별이다.
독일처럼 탄탄한 경제를 가진 국가도 있는 반면, 스페인이나 그리스처럼 막장 국가도 껴있다.
이런 다양한 국가들을 단일통화로 묶어놓고 달러나 엔으로 환전할려고 하니 환율도 난리를 친다. 독일 제조업 지수 호조에 강세였다가, 이탈리아 실업률에 약세였다가 하는 식이다. 똑같은 유로화로 발행되는 국채도 물론 각 국가별로 리스크와 리턴이 제각각이다.
어찌됐건 PIIGS(Portugal, Ireland, Italy, Greece, Spain)국가는 모두 곧 디폴트할 운명.
지금까지의 상황을 간략하게 recap해본다.
첫타자는 아일랜드.
종합주가지수가 07년 5월 10000포인트의 고점에서 09년 3월의 2000포인트(1/5)까지 일직선 하락한다. 원인은 부동산 버블에 의한 은행들의 채무부담. Anglo Irish Bank가 도화선이 됐다.
치솟는 실업률, 뱅크런, 정부의 bailout등을 겪었는데 07년 4.7%이던 실업률은 여전히 14%가 넘는다.
규모가 PIIGS국가들 중에 가장 작다. 이놈을 빼고 PIGS라고 하는 경우가 더 많은듯?
아이슬랜드 같은 경우 주식시장이 통째로 날아갔다.
07년 9000포인트의 고점에서 08년 초에는 5000까지 떨어졌고, 금융위기 직전 4000에 있다가 그 해를 500 아래에서 마감, 결국에는 시장 전체가 상폐된다...
두번째는 얼마전에 멸망한 그리스.
말이 선택적 디폴트지... 그리스 국채에 투자한 사람들은 75%의 손해를 입었다.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달린 재정적자 감축은 현 21.9%의 실업률(30세 이하 청년실업률 48.1%) 하에서는 달성하기 불가능할 것..
08년에 5000포인트 위아래로 놀던 아테네 종합주가지수는 09년 3월 1500에서 바닥을 찍고 그해 10월 2900까지 반등하는 듯 했으나, 그 이후로 처참한 하락을 계속해서 어제 종가는 고점대비 1/10 수준인 698포인트;; 3~4년새에 종합주가지수가 1/10토막! (게다가 아일랜드처럼 몇십개짜리 동네 시장도 아니다. 300개가 넘는 회사가 상장되어 있다) 코스피가 2000에서 280 된거랑 같은 수준의 하락이다.
그리고 다음 타자는 스페인,
25%의 실업률(청년실업률 50%)을 자랑하는 캐막장국가.
네명중 한명은 백수라는 말이다... 상상하기 힘들다.
근데 말도 안되지만 한국과 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다.(한국GDP $1.554T, 스페인 $1.413T) 젊은 놈들 두명중 한명이 손가락 빨고있는 주제에 세계 13위의 경제를 가지고 있다.
사이즈가 그리스의 다섯배 가량이기 때문에 이놈이 무너지면 좀 위험하다.
근데 무너질거다.
언제 무너질지가 문제지. 벌써 2분기 연속 경제가 수축하면서 공식적으로 경기후퇴(recession)에 진입했다. Bond yield도 계속 6% 언저리에서 놀고있다. 통상 6%가 넘어가면 지속이 불가능해서 구제금융이 필요하고, 7%가 넘어가면 사실상 디폴트 상태로 본다.
스페인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를 GDP대비 5.3%로 낮추겠다는 살인적인 감축안을 실행중이다. 원래는 8.5%였으니까 무려 3.2%나 낮춰야 한다. 정부가 다이어트를 하면 돈잔치를 할 때랑 정 반대의 상황이 발생한다. 경기는 위축되고, 실업률은 하늘로 치솟는다. GDP가 작아지니까 GDP대비 재정적자도 커지고, 때문에 더더욱 감축해야 한다. 악순환이다.
포르투갈은 그리스보다도 작은 넘이니 일단 무시하고..
...라기보단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다-_-;
본격적인 위기는 2010년 초쯤 시작된 듯.
참고로 PIIGS의 규모는 인구로 볼 때 이탈리아가 6천만으로 가장 크고, 스페인이 4천6백만 정도. 그리스와 포르투칼은 각각 천만명 정도 된다. 아일랜드는 450만명.
이탈리아는 좀 크다. GDP 1.846T$니까 한국(12), 멕시코(11)보다도 큰 세계 10위다.
이쪽도 상태 메롱하기는 마찬가지다.
종합주가지수는 13918인데, 이는 '09년 3월 금융위기시절 최저점인 13500 언저리다.
한국으로 치면 코스피 지수 900포인트 정도...?
작년 11월, 12월에는 국채 금리가 디폴트 수준인 7%를 마구 넘나들며 사경을 해멨다.
LTRO 덕분에 지금은 5.5% 정도로 다소 안정된 상태. 지난 수개월간 실업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0~11년 내내 8%이던 것이 근래들어 10%를 넘기려 하고 있다.
이 LTRO(Long-Term Refinancing Operation)도 좀 웃긴게, 미국의 QE랑은 전개되는 양상이 영 딴판이다.
유럽중앙은행이 돈을 풀었다. 1조 유로($1.35T)라는, 실로 어마어마한 돈이다.
대략 1552조원. 한국의 한 해 국내총생산의 7~80% 정도라면 감이 좀 올려나...
아무튼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런 엄청난 양의 돈을 새로 찍어서 각 국의 은행들에게 빌려주었다. PIIGS 국채 사라고. 동네 곳곳에 불이 났으니까 불 좀 끄라고 양동이에 물을 담아서 준 건데... 문제는 그 $1.35T의 LTRO중 $1T가 ECB에 파킹되어 있다.
...읭? 뭔가 이상하다.
ECB에서는 1%에 빌릴 수 있다. 10년물 PIIGS 국채는 5~7%를 준다. 그렇다면 ECB에서 받은 LTRO로 돼지국채를 사면 4~6%의 확정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1/1.35=74%)의 자금이 ECB에 머무르고 있다. ECB는 예금된 돈에 0.25%의 이자를 준다. -0.75%의 확정손해가 발생한다.
.즉 이렇게 된거다.
이 유럽의 은행들이, 직접 말은 안하지만 어찌됐든, 향후 10년 안에 PIIGS가 모두 멸망할 가능성이 99%라고 보고있는 거다. 디폴트하면 그리스때 그랬던 것 처럼 원금의 1/4밖에 못 건진다. 개발살 나는거다. 차라리 -0.75% 확정손해 먹으면서 기다리다가, 개박살 나고 나면 그때가서 헐값에 이것저것 사들이는 것이 낫다.
상황이 이지경인데도 시장은 고요하다. 폭풍 전의 고요인가?
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에도 서브프라임의 근본적인 문젯점과 앞으로 닥칠 위기를 논하는 목소리들은 수없이 많았다. 다만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은 사람들은 위기가 눈앞에서 펼쳐지기 전 까지는 이를 몰랐을 뿐이다.
조만간 스페인, 이탈리아가 디폴트 하면 다음과 같은 사태가 예상된다.
주식시장 폭락: 스페인, 이탈리아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나 금융기관들은 빵꾸난 금액을 메꾸기 위해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급히 회수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알고 있는 다른 투자자들도 주식을 팔아치울게 뻔하다. 다우 5000, 또는 그에 준하는 전 세계적 폭락이 예상된다.
글로벌 공황: 유럽은 미국에 이어 글로벌 "소비"를 담당하는 주축인데, 이 소비자들이 거지가 되면서 글로벌 공황, 장기불황 상태가 향후 수년~10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붕괴: 저질국가들은 퇴출 압력을 받을 것이며, 독일같은 우량국(?)또한 유로존을 탈출하고픈 욕구를 심각하게 느낄 것이다. 유로가 없어지거나, 유로를 사용하는 국가의 숫자가 크게 줄거나, 마지막으로 가능성은 낮지만 유로화를 그대로 유지하되, 각국의 재정에 간섭할 수 있는 초국가적 기관이 등장하여 '유럽 연방 합중국' 같은 새로운 형태의 통일국가가 등장할 수도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막장 돼지국가들이 유로존에서 퇴출당해서 국제투기자본에 왕창 털리고, 자력으로 복구하는 것이다.
전쟁?: 일이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 오직 전쟁만이 죽은 경기를 되살릴 수 있다. 이란, 북한 등이 주 후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