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국제 금 시세가 9.3% 폭락했다. "화폐전쟁" 시리즈를 모두 읽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현상이다. 미국은 달러를 미칠듯이 찍고 있고, 일본도 내일은 없다는 듯이 엔을 풀고있고, 오늘 한국도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는 추경예산을 짰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차라리 9.3% 폭등했다는게 오히려 더 납득하기 쉬울 정도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가 예상외로 나쁘게 나왔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석유를 위시한 타 실물가격의 하락을 얘기한다. 그런가보다...? 아니, 그래도 말이 안된다. 국제 금값이 9% 하락이라니!
이쯤이면 "선물 가격인 국제 금 시세를 볼게 아니라 실물이 거래되고있는 실제 시장 시세를 봐야한다"라던가, "강력한 국제적 비밀조직이 고작 종잇장에 불과한 달러의 지위를 안정시키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금 시장에 개입하여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음모론까지도 얼핏 솔깃하게 들릴 정도다. 물론 전자의 경우 선물과 현물의 상관관계도 모르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얘기고, 후자의 경우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존재를 인정해버려야 해서 시장과 관련된 모든 이성적 사고나 추론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치명적인 헛점이 있다.
오히려 금 투기꾼, 속칭 goldbug들이 지금까지 금값을 인위적으로 inflate시켜왔다는 쪽의 음모론이 더 현실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쪽(달러무용지론, 황금지상주의)이 훨씬 더 대중적이기도 하고, 더 믿을 수 없는 소스이기도 하기 때문. 어쨌거나 다음날인 오늘 금값의 반등은 아직까지 없으며 마켓워치 메인페이지는 "금의 적정가치는 $800선이 아닐까?"하는 기사가 헤드라인으로 걸려있다. Stranger than fiction이라는 말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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