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10

주식소개 - 동서(026960)



얼마전 지인으로부터 대단히 흥미로운 주식을 소개받았다.

바로 [동서(026960)]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커피믹스, 녹차/보리차 등으로 친숙한 "동서식품"의 모회사이다.(알고 봤더니 근래 히트친 맥심 T.O.P. 커피도 동서에서 파는 물건이었다)

공식 명칭은 "주식회사 동서(영문명 Dongsuh Companies Inc.)". 1975년에 설립돼 1995년 코스닥에 상장된 나름 유서깊은 회사다. 회사 홈페이지(www.dongsuh.com)에 의하면 식품사업 외에도 포장, 물류, 구매수출, 다류사업 등도 하고 있다고 한다. 계열사로는 동서식품, 동서유지, 동서물산, 성제개발, 대성기계, 동서실업유한공사, 미가방유한회사 등 7개사를 두고 있는데, 모두 비상장 회사다.

이 주식이 특이한 점은 다음과 같다.

1. 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2. 대주주가 지분의 70%를 소유하고 있다


3. 근래 외인이 꾸준히 매집하고 있다

그럼 이 특이점들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보자.



1. 경기방어주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지인의 얘기중에 내 관심을 캣치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에서 900대까지 곤두박질 치는 와중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주식이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이는 사실이다. 다음의 차트를 보자.

<그림1: 동서 주가 차트; 3년(상), 5년(하)>

위의 3년 차트를 보면 금융위기의 대폭락이 있었던 곳에 26000대에서 지리하게 횡보하던 와중에 20000대로 반짝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V자모양의 쇄기꼴이 보일 뿐이다. 아무리 식품.요식업이 경기 방어주라고 하지만 이는 좀 심하지 않은가? 26000레벨에서 19900까지 20%대의 무시못할 하락이긴 하지만, 10월 한달 내리고 11월 한달 반등해서 꼴랑 두달간 sidetrack했을 뿐, 이를 전후로도 묵묵히 26~27000원대의 수평선을 걷는 모습이다.

물론 이는 금융위기 이전 07~08년의 대세상승장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었던 탓도 있었으리라. (아래 5년 차트 참조) 하기사 동일업종에 있는 농심, 롯데제과 등도 금융위기는 개나 줘버려라고 말하는 듯한 철저한 마이웨이를 걸었다. 반면 좀더 규모가 있는 CJ제일제당이나 오리온 등은 얄짤없이 금융위기의 파도에 휩쓸려 절반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2. 대주주 지분 (대주주가 지분의 70%를 소유하고 있다)

동서는 결코 작은 회사가 아니다. 시가총액은 5/9 종가기준 11,026억원으로, 코스닥 8위에 달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대주주들이 총 주식의 70%가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림2: 10년 사업보고서 발췌; 주주에 관한 사항>

기업 공시에 나오는 내용이니 뭐 대단한 비밀도 아니지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이 총 주식의 68.28%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별나다. 시총 수십~수백억대의 코스닥 소형주(or 개잡주)도 아니고 무려 시총 1.1조, 코스닥 8위의 기업이다. 그러한 회사의 주식의 7할을 9명의 개인이 보유하고 있다.

<그림3: 10년 사업보고서 발췌; 주식의 총수 등>

게다가 법인이 소유한 자기주식도 424,080주 있다. 약 1.42%인데, 이를 대주주들의 지분 68.28%과 더하면 69.7% ~= 70%라는 결론이 나온다 (제1, 2대 주주 김상헌씨와 김석수씨의 지분을 합치면 과반수를 가뿐히 넘기기 때문에 회사 소유 자기주식도 사실상 대주주들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즉, 시총은 1.1조지만 이중 7천 7백억원 가량이 완전히 묶여있고(그것도 기관들이 아니라 개인들 손에), 나머지 30%만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 밑에 서술할 외인들 지분 10%와 각종 기관들의 장투 물량까지 감안하면 실제 거래되는 float의 퍼센티지는 20%대도 안될 수도 있다.

더욱 특이한 점은 최대주주인 김상헌 동서 회장과 기타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이 수년째 거의 변동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다음 그림들을 보자. 네이버 금융 > 기업공시에서 검색한 동서의 지난 사업보고서들이다.

<그림4: 08년 사업보고서; 주주의 분포>

08년 보고서이다. 10년 보고서(그림 2)와 비교해 보면 이지은씨의 지분이 전량 매각된 것을 빼고는 거의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10년 보고서를 보면 이지은씨를 제외한 다른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은 오히려 늘었는데 특히 김종희씨의 지분이 크게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림5: 99년 사업보고서>

내친김에 얼마나 옛날까지 검색이 돼나 실험해보았다. 그래서 찾은것이 2000년 3월에 발표된 99년 사업보고서. 11년 전에도 최대주주와 8인의 특수관계인들의 총 지분율은 67.47%로, 오늘날과 거의 변화가 없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런데 99년 사업보고서를 보니 주식 수가 약간 이상했다. 찾아보니 03년에 1:10 액면분할이 있었다.(액면가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 당시 주가가 1만원 부근이었으니 분할 전에는 10만원대였을 것이다. 01년 말 3만원대에서 1년 반만에 10만원으로 포풍상승을 했을 때인데, 참 적절한 타이밍의 적절한 액면분할이라고 생각된다.

<그림6: 03년 사업보고서 > 주주의 분포>

액분 직후인 03년 사업보고서를 찾아보았다. 김상헌 대주주/회장의 지분율은 8년전인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36.53%이며, 김석수씨의 지분은 이때(17%)보다는 지금(20%)이 다소 높다.

옛날 보고서들은 특이하게도 관계를 친족이면 친족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김석수씨, 김재명씨를 제외한 나머지 특수관계인들은 친족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혈연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너가 주식의 과반수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생판 남남을 "특수관계인"이라고 해서 대주주 리스트에 올릴리는 없을테니까. "이지은", "한혜연", "문혜영"등은 여자 이름이니 아마도 오너 일가의 배우자, 며느리 등일 것이고, "김종희", "김은정", "김정민" 등 김씨 성에 비교적 적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은 오너 일가의 젊은 자재들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흥미가 생겨서 인터넷 검색을 조금 더 해 보았다.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만으로 보면 (주)동서 대표이사 회장인 김상헌씨는 1949년생이며, 성균관대에서 영문학 학사를 받았다. 경력이 경남화학공업 -> 유동기업 대표이사 사장 -> 동서식품 부사장 -> 동서 부회장 -> 동서 대표이사 회장 순인 것에서 미루어 볼 때 창업자는 확실히 아니며(자기가 만든 회사에 부사장부터 시작할 리는 없으니까...) 동서의 "2대"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여담이지만 "유동"기업도 그렇고, "동서"도 그렇고.. 참 인터넷 검색하기 힘든 이름들이다. "동서" 하면 동서관계니 뭐니, 드라마에 나오는 각종 동서캐릭들이 튀어나오고, "동서그룹" 하면 "독서그룹"하고 나오고, "유동기업"으로 검색하면 "유통기업"을 오타낸 것들만 잔뜩 텨나오니 이거 원...)

...그리고 추측이 가능하다는 말이 무색하다시피 약간의 추가적인 검색만으로 그 추측이 사실이었음이 확인됐다. 다음 링크 참조 (http://www.ilyoseoul.co.kr/show.php?idx=89207&table=news_economy&table_name=news_economy&news_sec=003
). 내용인 즉 김재명 동서그룹 명예회장이 아들인 김상헌 회장과 김석수 회장 등 자손들에게 증여한 땅을 동서식품이 공시지가보다 2.5배나 비싼 값에 사들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알아낸 사실은:

- 김재명 명예회장이 동서그룹 창업자; 03년 보고서에는 이름이 언급되지만, 08년 이후로는 주주 리스트에 등장하지 않는 점과 위 기사에서 땅을 "증여"했다고 표현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도 노환으로 별세하신 듯.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김상헌 동서 대표이사 회장은 49년생. 동생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은 54년생으로 각각 동서그룹의 지분 36.5%, 20%를 소유하고 사이좋게(?) 형제경영 중.(역시 아들은 많이 낳으면 안돼...)
동생님 학벌은 형님보다 좀 잘났다. 경기고->서울대 공대->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MBA 테크를 탔다. 동서가 창업한게 75년이니까 형은 가업을 돕느라 바빴는데 비해, 5년 터울의 동생은 아버지 회사가 시원하게 까네를 벌기 시작했을 즈음에 학업을 시작해서 유학도 갔다오고 하지 않았나 추측된다. 이후 동서식품 마케팅 부사장 -> 동서식품 부회장을 거쳐서 동서식품 회장직을 맡기 시작하신 것은 08년도로 비교적 최근 일.

...그리고 검색도중 추가로 찾아낸 article. 내용이 흥미롭다.(http://people.joinsmsn.com/news/people_read_200605.asp?total_id=5401257)

- 김 회장이 지난해 (10년) 동서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130억 6150만원으로 재계 8위(아버지...!). 알짜배기도 이런 알짜배기가 없다. 이런 실속쟁이 같으니라구.

- 위 그림4 밑에서 10년 보고서에 김종희씨의 지분이 크게 상승했다고 언급했는데, 알고보니 이 양반은 김상헌 회장의 맏아들로 35살 현재 상무이사. 헐...

<그림7: 동서 기업실적분석(출처:네이버)>

각설하고, 재벌 3세가 어쨌건, 35살 상무이사가 저쨌건, 우리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점은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동서의 매출액, 당기순이익, 주당 순이익, 주당 순자산, 그리고 배당금 등이 매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업이익률, 순이익률도 매우 안정적이다. 수년간 큰 변동 없이 각각 10, 30%대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부채비율은 12%밖에 안된다! 회사의 경영철학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래서 오너기업이 좋다. 회사돈=내돈이니까 경영자가 일을 잘한다. Fundamental analysis를 하는 사람이었다면 08년 이전에 이미 들어왔을텐데, 아니나다를까 주가도 금융위기를 개무시하고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두배가량 올랐다. 전형적인 경기방어주, 실적주, 또는 boring주.

만약 스토리가 여기까지라면 그냥 알짜배기 군소재벌의 재미있는 pet기업 이야기라고 note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근데 참 타이밍이 기가막히게도, 동서의 움직임이 요즘들어 심상치 않다. 바로 외인 지분이다.





3. 외인매집 (근래 외인이 꾸준히 매집하고 있다)

<그림8: 동서 주가, 거래량, 외인지분 차트; 1001~1105>

작년 초부터 현재까지(약 1년반) 동서의 주가, 거래량, 그리고 외인지분을 나타내는 차트이다. 작년(10년) 6월 4일에 5.83%였던 외인 지분은 그때부터 꾸준히 상승해 최근에는 10%를 넘어섰다. 05년에는 1%도 안됐던 외인들의 지분이 지금은 10%대를 넘은 것이다.


<그림9: 동서 주가, 거래량, 외인지분 차트; 1010~1105>

지난 반년간을 보면 이러한 매집 추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주가가 4만원대에서 고점을 만들고 3만5천원대까지 등락을 반복하면서 내려왔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외인들은 주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그리고 집요하게 지분을 늘려왔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선 동서는 식료품업 회사다. 경기민감주의 반대 = 경기둔감주, 즉 경기방어주이며, 외적 요인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꾸준히 일정 수준의 돈을 버는 회사다. 그러한 경기방어주들 중에서도 동서는 지난 몇년간 꾸준히 매출과 순수익, 배당을 증가시켜 온 대단히 우량한 회사다. 한국 인스턴트커피 시장의 시장점유율이 76%라니 말 다했다.(100%까지는 아니지만 사실상 독점 수준)

또한 회사 지분의 70%가 오너 일가에 묶여있다. 이들은 회사를 잘 경영해서 꼬박꼬박 배당수익을 먹고 사는 진짜 알짜 부자들이다. 그리고 과거 10년 이상의 기간동안 지분율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신들의 지분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외인들의 지분 10%또한 신경쓰인다. 하루 거래량이 1~2만, 많아봐야 4만주인 주식을 매일 매일 꾸준히 매집해서 무려 300만주나 갖고 있다. 이들이 오너일가의 특수관계자가 아니라는 가정 하에 말하자면, 이 주식의 외인지분은 10%가 아니라 33.3%라고 봐야 한다. 오너는 십중팔구 시세차익 목적으로 주식을 매매할 의향이 "전혀"없다. 따라서 외인은 오너물량 70%를 제외한 30%중의 1/3, 즉 33.3%를 매집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근 1년사이 외인지분이 5%에서 10%대로 두배가 된 것도 +5%가 아니라 17% 증가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한 종목에 외인이 이정도로 들어오면 일반적으로는 대단히 긍정적인 sign으로 본다.

외인지분의 증가 과정에서 시종일관 매수만 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체 시장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 종목에서는 무조건 사기만 했다. 외인은 분명 매집을 하고 있다. 70%의 대주주 지분에 외인 매집물량 10%, 그리고 각종 기관, 개인들의 장투 물량까지 더하면 실제 유통물량은 10%대 정도밖에 안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거래량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 8을 보면 지난 1년 반동안 가장 거래량이 많았던 10년 6월 17일과 21일의 거래량은 고작 30만주 가량이다. 월별 거래량을 보면 더욱 놀랍다. 지난 10년 동안 가장 거래량이 많았던 10년 6월의 한달 거래량이 216만여주, 총 발행 주식의 고작 7.25%다.



그래서 결론은..


Buy. 사라.
"묻어둔다"는 표현히 이토록 어울리는 주식은 본 적이 없다. 주식경력 5년동안 주로 tech를 비롯한 고위험 고수익 종목만 봐왔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간만에 정말 괜찮은 주식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입지를 이용해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이다. 순이익 증가세, 배당수익, 외인지분 등 모든것이 +를 가리키고 있다.

여의도 Main Street의 주목을 전혀 받고있지 않다는 점도 큰 plus다.(Peter Lynch의 One Up on Wall Street가 생각난다) 오직 이트레이드 증권만이 작년 6월부터 6개월간 투자의견 "Buy"에 목표가 "5만원"을 제시했을 뿐이다. 게다가 얼마나 타이밍 나쁜 의견인지... 안습이다. (마지막 투자의견이 나온 11월 22일 당시 4만원이었던 주가는 그 이후 계속 하락만 하다가 3만4천에서 방향전환해서 이제 겨우 3만7천원이다)

시장이 상승에 부담을 느끼고 차칫하면 대세하락으로 전환할 수도 있는 지금 시점에서 포트폴리오에 넣어두면 참 좋을 주식이다. 단기간에 두배, 세배 뛸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몇년동안 묻어뒀을 때 은행이자보다 나은 수익을 낼 것은 거의 확실하며, 계속 성장세를 이어나간다면 의외의 고수익을 올릴지도. 그것도 시장의 등락에 상관 없이 말이다. 한마디로 Buy and forget형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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